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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비밥바룰라’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 한국 ‘실버 영화’의 문을 열다

기사 등록 2018-01-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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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이슈데일리 최하은기자] 쌓아온 연기경력만 수십 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영화 ‘비밥바룰라’의 꽃 중년 4인방이다.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 드디어 누군가의 ‘아버지’ 역에서 벗어나 주인공 ‘시니어 어벤져스’로 당당하게 돌아왔다.

이슈데일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패텀에서 박인환, 신구, 임현식, 윤덕용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비밥바룰라’는 우리나라 최초로 실버영화의 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한국 브라운관과 영화계에서 ‘노인’이 주인공을 맡은 작품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었다. 실버 영화의 첫 스타트를 끊은 배우들의 소감을 물은 질문에 박인환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

“관객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자극적인 영화에 수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것에 의아했죠.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도 많이 봐줬으면 해요. 소재야 다양할수록 좋으니까…. 아름답고 진실 된 이야기, ‘아직까지 세상이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은 작가님들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를 연출하겠다”는 이성재 감독의 포부는 영화 속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배우들의 오랜 연기경력으로 인한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큰 역할을 한걸까. ‘사람 냄새’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있었고, 실제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자가 유치원 안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지혜를 발휘해서 유치원 안가면 치과가야 한다고 해서 손자를 겨우 유치원으로 보냈죠. 근데 나중에 제가 (함께 살던)집에서 나간다고 했을 때 손자가 울면서 ‘내가 치과 가면 할아버지 우리랑 같이 살아?’라고 했을 때 정말 울컥했어요. 아역 배우가 정말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니까요. 또 저는 시냇가에서 노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오락기구가 없어서 시냇가에서 많이 놀았죠” (박인환)

“영화 중간에 보면 제가 ‘비밥바룰라’라는 노래를 불러요. 그게 제가 청소년 때 나온 노래예요. (노래 부르는 장면을)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도 했죠. (웃음)” (임현식)

“저는 촬영 끝나고 근처 시장에서 통닭집에서 술 한잔씩 기울이던 기억이 남네요.” (신구)

▲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실제 촬영이 끝나고 나면 배우들은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술을 자주 먹었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겨운 촬영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주량을 묻는 질문에 배우들은 주저 없이 입을 뗐다.

“저는 ‘소맥’ 석잔 정도면 기분이 좋아요. 사실 술 이라는 게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들어가는 양이 다르죠. 한 병 먹을 걸 두 세병도 먹고…, 요새는 막걸리도 많이 먹어요. 연극할 때도 돈은 안 들어와도 술은 먹었어요.” (박인환)

“제 주량은 소주 한 병, 병맥주 두병정도 인 것 같아요. 집에서 혼자 술을 먹거나 그런 건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야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임현식)

“때에 따라 다른데 요새 매일 먹어요. 보통 저는 소주 한 병 정도? 요즘은 친구들과 모여서 술 먹기가 힘들어서 혼자서도 많이 먹죠.” (신구)

이렇게나 애주가인 그들이지만 스크린과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본 4인방은 누구보다 건강해 보였다.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이 있는 걸까.

“저는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해요. 일주일에 한번 꼭 테니스를 치죠.” (박인환)

“저는 부모님께 감사해야 해요. 타고난 ‘건강 체질’이니까요. 운동이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양재천을 걸었는데 요새는 실내 체육관을 가서 가볍게 하는 정도예요.” (신구)

▲ 사진=영화사 김치 제공

지금은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 가수, 모델 등의 직업은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가수가 연기를 하기도 하고, 배우가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연기만을 바라보고 한평생을 걸어왔다. ‘연기 외길 인생’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회는 안해요.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내가 젊었을 때는 지금 같은 여건은 아니었어요. 훨씬 힘들었죠. 지금은 배우 한명에 여러 사람이 붙어 보살펴주니 ‘세상이 좋아졌다’ 싶어요. 연기 경험 없이도 한 번에 주연을 차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분야에서 10년은 고생하고 길을 닦아야 해요.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죠.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을 하는 거예요.” (신구)

“그 때 당시 TV는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TV에 나온다는 게) 정말 떨렸어요.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월급으로 이만원을 받고 일 년에 몇 천원씩 올려주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저는 배우가 재미있었어요. 술도 많이 먹었고. (웃음) 제가 연기를 아무렇게나 하는 것 같지만 대본이 다 닳도록 어디를 가나 들고 다녀요.“ (임현식)

“저는 연극을 하다가 브라운관으로 옮겨왔어요. 근데 다시 젊은 시절로 가고 싶지 않고 지금이 만족스러워요.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그 고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그 시절 연극에서 다져진 게 드라마나 영화에 와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죠. 연극을 하면 작품 해석력이나 표현력이 다양해져서 지금도 영화계에서는 거품 없는 연극배우들을 필요로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지금 이 나이까지 배우로 살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일거리도 나이 들어서 더 많아요.” (박인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연기에 대한 애정을 숨길 수 없는 그들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들의 눈빛에는 식지 않는 열정이 묻어나왔다. 네 배우들은 “지금까지 연기하는 우리는 행운아죠”라는 박인환의 말처럼 그들만의 방식대로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마음은 청춘만큼이나 뜨거운 그들의 이야기. ‘비밥바룰라’의 히어로, ‘시니어 어벤져스’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비밥바룰라’가 백만 정도의 관객을 모은다면 노인 영화 시나리오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했어요. ‘비밥바룰라’를 통해 노인 영화의 가능성을 봤으면 해요. 그게 우리의 유일한 바람이에요.”

최하은기자 rin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