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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규형, 새 얼굴이 기대되는 배우

기사 등록 2018-01-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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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그널엔터테인먼트, 엘엔컴퍼니 제공
[이슈데일리 전예슬기자] “난 고통을 느끼지 않지”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 연출 신원호) 애청자라면 이 대사를 기억할 것이다. 익살스러운 표정은 물론, 상대배우와 아옹다옹하는 모습과 함께. 약 한 시간의 방송 러닝타임에서 ‘해롱이’의 등장은 또 다른 웃음 포인트를 시청자에게 선사하며, 극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해롱이, 한양, 이규형, 세 이름이 깊숙이 남겨졌기에 가능했다. 기자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 후 휴식기에 접어든 이규형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의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다. 이규형은 극중 재벌 2세로 세상 물정 모르는 한량이자 강남 최고의 ‘유대감댁 매운 갈비찜’ 아들 유한양 역을 맡았다. 상습적인 마약 복용으로 2상6방 안에서 ‘해롱이’라 불리기도.

중학교 동창 송지원(김지원 분)과 퀴어 로맨스를 보여준 이규형은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약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는 퇴소를 하자마자 마약에 다시 손을 댔고 표적수사에 걸리고 말았다. 더 이상의 스토리 없이 퇴장하게 된 것. 해피엔딩을 바랐으나, 다소 충격적이면서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다.

▲ 사진=씨그널엔터테인먼트, 엘엔컴퍼니 제공
“출소하자마자 약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신원호 감독님께서 출소해서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과정과 이유는 이야기해주시지 않으셨죠. 나름의 추측을 해봤어요. ‘지원이가 다시 미국을 떠나나 보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 약에 손을 대나 보다’라고. 그냥 약을 못 참고 한 거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이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결론에 만족하고 바람직한 결말인 것 같아요. 마약하는 사람이 귀여운 면을 가지고 있을 순 있어도 행위는 미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위험성은 정확하게 짚어주고 가야했죠. 드라마는 어린 친구들도 보는 거고, 나이를 떠나서 나쁜 영향을 미치면 안 되는 거니까요.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했으니까 ‘잘됐다. 이게 맞는거지’라고 생각했어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2상6방을 비롯해 교도관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수많은 인물 사이에서 이규형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말투, 각 역할들과 만들어내는 ‘케미’, 시원하게 날리는 ‘사이다’ 발언 때문. 특히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특유의 톤과 표정은 이규형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나름의 탐문수사와 취재를 통해 알아냈어요. 특히 히로인을 한 사람들은 ‘틱’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리얼한 틱을 내내 하면, 방해될 것 같기도 했어요. 틱인데 틱 아닌, 특징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입모양, 눈 깜빡임으로 과하지 않은 선에서 캐릭터를 잡아가려고 했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마약 관련된 미국드라마, 영화를 찾아봤어요.”

첫 방송 4.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방송 직후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이규형의 아쉬운 퇴장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슈 될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메시지가 엄청 왔어요. 본방송을 보고 있으면 휴대폰이 계속 울릴 정도였죠. 가끔 댓글을 본 적 있는데 악플은 없더라고요. 응원해주는 글이 많았어요. 힘을 얻어 촬영했어요. 하하. 댓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요? ‘‘비밀의 숲’ 윤과장과 같은 분인지 몰랐다’. 열심히 한만큼 평가 받았구나 생각 들더라고요. 제가 ‘도깨비’와 ‘화랑’에도 출연했는데 ‘같은 사람이었어?’라고 했을 때 만족스러웠죠.”

▲ 사진=씨그널엔터테인먼트, 엘엔컴퍼니 제공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이규형. 이는 그동안 묵묵히 걸어온 발자국이 쌓여 ‘길’을 이룬 것이 아닐까.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연극과 무대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배우의 꿈은 중학교 때부터 가졌어요. 어릴 때 본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연극, 공연 무대에서 내공을 쌓고 영화, 브라운관에 진출하는 걸 보고 자랐죠. 그분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었어요. 그게 정답인 줄 알았고요. 사실 정답은 없어요. 존경하는 선배님인 최민식, 한석규, 설경구 선배님이 연극 무대에 섰으니 저도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된 거죠. 그분들을 닮고 싶었어요. 2007년부터 프로필투어를 했는데 그게 쌓여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규형은 ‘카멜레온’ 같은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얼굴과 톤을 가지고 시청자들 앞에 서 매번 놀라운 연기력을 펼친다. 그의 진가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발휘되긴 했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를 소화한다는 부담감은 뒤따르지 않을까.

“근래에 했던 이미지와 겹치는 건 지양해요. 반복해서 소비되기 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비밀의 숲’의 윤과장과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와 색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라던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뵙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시작이 좋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기운을 이어 받아 다양한 작품에서 ‘이규형표’ 캐릭터를 만들어낼 그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이규형은 빠른 시일 내, 또 다른 매력이 담긴 역할로 찾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람들에게,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그래서 연기를 시작한 거고요. 좋은 작품을 만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이규형이란 인물이 저런 것도 가능하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공연이나 드라마 등 새로운 캐릭터로 늦지 않게 찾아뵙겠습니다.”

전예슬기자 jeonys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