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상파와 케이블 TV 채널들이 이른바 ‘먹방’과 맛집 소개 프로그램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복제와 천편일률적인 구성, 나아가 제작 과정의 문제점까지 폭로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 “돈 주고 맛집 조작”… ‘트루맛쇼’가 폭로한 검은 커넥션
최근 방송계에 큰 파문을 던진 사건은 맛집 프로그램의 실상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의 등장이었다. MBC PD 출신 김모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지상파 정보 프로그램들이 협찬금을 받고 식당을 맛집으로 방송해온 관행을 지적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식당을 단독으로 소개할 경우 상당한 액수의 협찬금을 받았고, 여러 식당을 묶어서 소개할 때도 100만 원대의 협찬금이 오가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소개했다. 연출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식당을 차리고 몰래카메라를 통해 브로커와 제작진의 섭외 과정을 촬영했다. 일부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으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외주제작사가 돈을 받고 맛집을 알선하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인정해 충격을 안겼다.
◇ 채널 돌려도 똑같은 화면… 지상파·케이블 가리지 않는 ‘자기복제’
시청자들이 느끼는 더 큰 문제는 프로그램의 동질화다. 매일 오후 6시 무렵 지상파 3사가 내보내는 정보 프로그램들은 타이틀만 다를 뿐 음식 소개와 맛집 탐방이라는 유사한 콘셉트와 구성을 반복하고 있다. 각 고장의 먹거리, 과도한 리액션을 보이는 리포터, 설레발치는 성우의 목소리까지 판에 박은 듯한 연출에 시청자들은 “남이 해놓은 것을 답습하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은 케이블 채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행과 요리를 결합한 포맷이 성공을 거두자 이후 등장하는 신규 예능들이 장소나 출연진만 바꾼 채 비슷한 형식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한식을 만들거나 현지 식문화를 체험하는 설정은 나라만 달라졌을 뿐 익숙한 전개를 반복한다는 평가다.
◇ 왜 음식인가? 시청률 보증수표와 제작진의 ‘안전주의’
방송사들이 이토록 음식에 집중하는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먹고 노래하는 주제는 대중의 보편적인 관심사이며,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여전히 ‘보증수표’로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어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화제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작진은 먹방과 여행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맞닿아 있는 보편적 콘텐츠라고 설명한다. 또한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인 제작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이미 성공한 포맷을 변주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존재한다. 실험적인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후 다시 익숙한 형식으로 회귀하는 사례도 이를 방증한다.
◇ “푸드 포르노에 불과”… 다양성 회복을 위한 자성론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시청자의 외면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요리 장면과 자극적인 먹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시선을 끌 수는 있지만, 결국 ‘푸드 포르노’에 머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출연진이 유사한 포맷에서 반복 소비되면서 이미지 피로도가 높아지고, 시청자 역시 쉽게 질리게 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방송사가 단기적인 시청률에 안주해 복제 모델을 확대하기보다는, 장소의 특성과 서사의 진정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장르와 형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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