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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클로젯’ 하정우 “함부로 조언하거나 오지랖부리지 않겠다”

기사 등록 2020-02-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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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하정우/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클로젯’이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하며 관객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벽장이라는 서양적인 소재에 한국적인 정서를 접목시켜 지금껏 없던 차별화된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하정우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서 어린 딸을 키우게 된 상원을 연기했다.

하정우는 ‘클로젯’을 통해 연기 인생 처음으로 미스터리 장르에 뛰어들었다. 그가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시나리오에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가 재밌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호러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큰 시즌 영화만 하다가 이렇게 컴팩트하고 날렵한 영화를 하게 됐죠. ‘더 테러라이브’(2013)을 선택했던 것처럼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어요.”

▲ 배우 하정우/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와 김광빈 감독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중앙대학교 동문이자 '용서받지 못한 자'(2004)를 통해 배우와 녹음 스태프로 함께했다.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김광빈 감독과는 처음에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만났죠. 학생 영화가 다 그렇듯이 힘을 합쳐서 만든 영화에요. 제작자로서 이야기한다면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지금은 그 과정인 것 같아요. ‘클로젯’은 제가 해왔던 작품과는 좀 결이 다르고 신선하더라고요. 도전할 수 있는 부분들을 좀 더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 경험이 쌓여진다면 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입장에서 감독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쑥스럽고 오지랖일 수 있긴 하지만요.”

‘클로젯’에서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렸다. 연기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법한데.

"제작사를 만들어서 제 이름이 올라간 것 뿐이에요. 배우로서 집중했죠. 현장에서 돈 관리를 하거나 섭외를 한 건 아니에요.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기만 해도 프로듀서의 타이틀이 주어져요. 그럴싸한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같이 으쌰으쌰하는 느낌이죠. 특별한 게 없어요. 신인 감독이 메이저 스태프나 배우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하고 네트워크가 있다면 만날 수 있겠지만요. 대부분은 쉽지 않죠. 김광빈 감독은 캐스팅하는 데 이점을 봤죠. 이건 시나리오가 좋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것 같아요.”

극중 명진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시아와는 ‘백두산’(2019)에도 출연했다. 어린 나이에도 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김시아에게 하정우는 자극도 받았다.

"‘클로젯’ 먼저 찍고, 그 다음에 ‘백두산’을 찍었어요. 시아를 처음 만나고 백두산 팀에 프로필을 넘겨줬어요. 실제로는 아이들이 귀엽웠어요. 영화를 보면 이게 무섭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연기를 너무 잘 해요. 어린 아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은 따라갈 수 없어요. 그 힘은 누가 이길 수 있나 싶어요. 장론씬에서 폭발적이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부녀 관계인 상원과 이나(허율 분)의 소통의 부재가 느껴진다. 하정우는 상원 가족간의 이야기는 시간 관계상 생략됐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그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둘의 관계를 다 설명하려면 엄마를 개입해야 해요. 상원이란 인물은 기러기 아빠같은 사람이에요. 해외 출장, 지방 출장도 많아서 거의 떨어져 사는 패턴을 갖고 있었죠. 모든 육아는 아내에게 맡긴 거예요. 서브 텍스트에서는 1년 전에 아내가 죽고 나서 같이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요. 아이와 만나서 새로 시작하는 게 영화의 시작인데, 앞의 부분에서 둘의 관계가 보이려면 엄마까지 소환해야 했죠. 이 영화의 러닝타임과 포커스를 맞추는 걸 따져봤을 때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게 됐죠.”

▲ 배우 하정우/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는 김남길과 주지훈 소개로 인연을 맺었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이 작품을 통해서였다.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춰본 후 열정적인 김남길의 모습에 놀랐다고.

"주지훈이 ‘신과 함께’ 할 때 남길이를 소개시켜줘서 알게 됐죠. 이 영화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친해졌어요. 그 전에는 오다가다 만나는 정도였죠. 시간이 지나고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남길이와 같이 할까 싶어서 김 감독에게 이야기했어요. 연기를 대충 하는 것 같았는데 모니터를 보니까 뭔가를 하고 있더라고요. 유연하면서 물렁물렁하면서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처럼 설렁설렁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벌처럼 쏘는 맛이 있는 친구인 것 같아요."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해 이제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하정우. 배우 겸 제작자로 맹활약하면서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당장 앞으로 5년 안에 두 작품이 계획돼 있어요. 3월 말에 모로코 가서 ‘피랍’이라는 영화 촬영을 시작해요. 늦가을에는 윤종빈 감독과 도미니카공화국 가서 ‘수리남’ 찍어요. 끝나고 한 달 정도는 여행할 생각이에요. 이번엔 배우로서 받는 질문보다 제작에 대한 질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이 생긴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배우가 첫 번째고, 90% 이상의 비중이에요. 오버하지 말고, 오지랖 부리지 말고. 함부로 조언질하지 않고. 아는 것도 모르는 척 하려고요. 더욱 더 말에 책임감을 가져야겠어요. 겸손하게 작업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