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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변신' 성동일 "결과물은 공포, 현장은 코미디 상황"

기사 등록 2019-09-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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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성동일이 영화 '변신'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슈데일리 황고은기자]‘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국민 아빠로 등극한 배우 성동일이 데뷔 이후 첫 공포영화 ‘변신’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안시성’, ‘허삼관’, ‘우아한 거짓말’, ‘수상한 그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대판민국 대표 신스틸러에서 이제는 스크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그다.

본지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성동일과 만나 공포 영화 ‘변신’에 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성동일은 ‘변신’에서 구청을 다니는 평범한 아빠 강구 역을 맡았다. 강구는 악마의 얼굴과 아빠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인물이다.

성동일은 오컬트 무비임에도 가족적이고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오컬트이지만 가족적이고 일상적인 시나리오가 재밌었어요. 오컬트라는 게 밑도 끝도 없이 입 찢어지는 악마가 아니라, 가장 익숙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익숙한 가족이 나온다는 게 독특했어요. 지금까지 그런 게 없었어요. 어쩌다 한번 전설의 고향에서 나왔지만 말이에요. 그 친숙함이 가장 공포스럽더라고요.”

가장 친숙한 공간인 ‘집’에서 가족들이 악마로 변신하는 스토리 전개는 극강의 공포를 유발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요. 엄마는 왜 아이들한테 반찬 투정하냐고 소리를 지르죠. 둘째 딸은 첫째 딸에게 ‘동생들 죽여버리고 싶지 않냐’고 하죠. 딸한테 ‘우리 딸 잘 컸네’ 하면서 희롱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게 영화의 상황에 따라 무섭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이 익숙한 가족의 입에서 나오는 게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쎄해요. 모르는 사람이 망치 들고 오면 무서운데 아버지가 망치 들고 오면 더 무섭잖아요. 감독님이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사자'랑은 결 자체가 다른 영화에요.”

공포영화지만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자신이 훌륭한 연기자는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결과물은 공포였지만, 현장에선 매일 코미디 상황이었어요. 저는 연기자로서 일을 하는 것이지. 특별하게 선호하는 역할도 싫어하는 역할도 없어요. 직업이니 최선을 다 할 뿐이에요. 솔직히 가장이고 남편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겨요. 훌륭한 연기자는 아닌 것 같아요. ‘좋은 가장’, ‘좋은 남편’이라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아요. 아들이 ‘아빠 사랑해’라고 하거나 아내에게서 ‘여보 사랑해’ 라는 말을 들을 때가 좋아요. 집사람이 십 몇 년 전부터 5년만 열심히 하자고 하더라고요. 전세계 직업 중 배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먹여주고 재워주고 연기 가르쳐 주잖아요.”

그렇다면 성동일이 생각하는 훌륭한 배우란 무엇일까.

"사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나를 좀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선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죠. 돈을 안 들이기 위해서에요. 감독들이 이중고를 많이 겪고 있어요. 시나리오 쓰는 동안 월급도 없죠. 배우들 만나서 스케쥴 물어보고 다녀요. 그 기간 동안 감독이 시나리오를 200번~300번 읽어요. 저는 솔직히 2번에서 3번 이상은 안 읽어요. 감독은 그걸 찍을 때도, ‘이 장면에 어떤 음악이 들어갈까’ 하는 걸 생각하죠. 저는 제 것 위주로 봐요.”

"영화는 두 시간을 갖고 싸워요. 저는 감독에게 대들지 않아요. 나이를 먹을 수록 연기는 장치를 빼야 하는 것 같아요. 배우 스스로도 그 톤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신’ 찍을 때도 전체 리허설 좀 많이 하자고 해서 나온 게 그런 감정 라인이에요. 감정이 그렇게까지 올라가요. 마지막에 죽는 장면도 많이 울었어요. 감독님이 제 눈에서 눈물이 보였을 때 딱 끊었어요. 거기서 흥이 식을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 선을 잘 따르는 감독이 좋은 기술자인 거죠. 감독을 90% 정도 믿는 편이에요.”

왜 배우를 결심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목수를 예로 들며 답변을 대신 했다.

"역할을 거절할 때는 꼭 술자리를 마련해서 거절을 하는 편이에요. 나를 캐스팅해주고 배우로서 인정해준 게 고맙잖아요. 역할을 목수로 치면 망치 하나밖에 없는 거에요. 이 역할을 봤을 때 망치 하나가지고 만들 수 없으면 거절해요. 단역이라도 이 역할은 나무를 쌓고 못을 박기에 충분하다면 출연해요.”

"작년 재작년엔 우정출연을 많이 했어요.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정우가 쉬지 말고 하라고 말하더라고요. 마음에 드는 역할만 하려고 하면 평생 그 역할밖에 못 하게 돼요. 제가 연극 할 때부터 빨래를 하기 싫어서 어두운 색 옷을 많이 입었어요. 평생 어두운 색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다 아들이랑 밝은 옷을 입어봤는데 어울리더라고요. 배우도 똑같아요. 쉬지 않고 일단 많이 해보고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솔직히 이 직업이 기술자라고 생각해요.”

▲ 배우 성동일이 영화 '변신' 인터뷰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성동일은 ‘변신’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과 여러번 작업한 경험이 있다. 김 감독에 대해 묻자 그는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여리면서 일에 미친 사람이에요. 술을 잘 먹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술을 마셔요. 말술이에요. (웃음)그렇게 꼬셔도 맥주만 마셔요. 소맥은 몸에 쏟아 붓더라고요. 해병대 출신이라 그런지 예의도 바르고요. 윗사람에게 깍듯해요. 밑의 친구들도 다 챙기고 잘 하든 못 하든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렇다면 현장에서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배우 배성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똑같아요.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요. 자신이 피곤해도 남을 웃길 줄 알고. 재밌게 해줄 수 있는 배우에요. 영화에서도 호흡이 제일 잘 맞았어요. 저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요. 서로 눈을 보고 대사를 하기 때문에 멋 부리지 않고 연기했죠. 비주얼은 내가 성우보다 낫지 않나요? (웃음) 성우랑 저랑 뭐 하면 무조건 오케이가 나왔죠. 성우는 사람, 술을 좋아해요. 특히 혼자 사니까 부르기가 편해요.”

많은 시간 촬영했던 집처럼 만들어 놓은 세트장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나가고 싶을 정도로 고생했다고.

"지치더라고요. 나가고 싶었어요. 찍을 때 고생했어요. 실제 집처럼 만들어 놓은 세트장에서 먼지가 많은데 환기 구멍도 없어서 환기가 안 되더라고요. 이번엔 모든 기준점이 가족이었어요. 특별히 과하게 인상쓰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영화 위주에요. 영화는 조금 호흡이 긴 단편영화라면, 드라마는 호흡이 긴 연기잖아요. 연기톤도 다르고 일부러 이번엔 드라마톤으로 찍었어요.”

성동일의 가족들은 ‘변신’을 찍은 사실 조차 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함께 그의 집엔 TV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영화 찍은 것 집사람은 몰랐어요. 빈이는 책을 좋아하니까 나 없는 동안 시나리오를 조금 읽더라고요. 그러더니 무서워서 한번에 다 못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TV가 없으니까 집사람도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을 뿐이에요. 영화 찍으면 ‘요즘 이런 영화 찍었어?’라고 하더군요. 각자 포지션대로 사는 것 같아요. 집사람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도 관심이 없어요.”

“가족 때문에 TV를 없앴어요. TV가 없으니 가족끼리 대화를 많이 하게 돼요. 그렇게라도 해서 이야기하고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저희 집은 촬영이 일찍 끝나거나 없으면 집사람과 맥주 한 잔 하고, 아이들하고 책을 봐요. 감독이 우리 집 와서 술 자주 먹는데, ‘선배님처럼 책 많은 집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인터넷도 안 되는 키즈폰을 사용하고 있어요. 쉬는 날은 여행을 떠나거나 뮤지컬 보러 가요. 무조건 나가요. 집엔 거의 안 있어요.”

폭넓은 사고를 갖기 위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성동일. 그는 요즘 흔히 말하는 ‘핵인싸’ 그 자체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사람을 가려서 만날 필요는 없잖아요. 내 입맛대로만 만나면 편협한 사고를 갖게 돼요. 일부러 싫은 사람도 만나고, 좋은 사람도 만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에요. 습관적으로도 ‘술 한잔 해요 선배님’ 하면서 시간 내서 만나기도 해요.”

자신에 대해 ‘행복한 배우’라고 표현한 성동일. 그는 집에서는 다정한 아빠, 일할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테랑 배우로서 두 가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변신’을 통해 연기변신을 시도한 성동일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소원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멋지게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당당하고 남한테 피해 안 끼쳤으면 좋겠어요. 전 행복한 배우에요. 무명 때 보조출연자분들이 연수 개념으로 3분의 1 출연료를 받았어요. 우리 월급이 대학교 때 28만원이었어요. 하루 일당이 9800원이었죠. 지방에 가면 경비가 더 나오니까 안하려고 했죠. 유명한 배우가 후배들에게 결혼식장 갈 때 돈 다 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했죠. 편의점에서 세계맥주를 사서 먹는 편이에요. 싸잖아요. 고민해서 안 될 것은 절대 하지 않아요. ‘변신’은 165만이 목표에요. 달성하면 하와이로 가족 여행 갈 거에요. 꼭 목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황고은기자 sukidayo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