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던지던 투수들을 아끼려다 잡을 수 있었던 한일전 승리를 놓치고 만 것.
- 만약 대만전에서 아껴둔 불펜진이 제 역할 못해 패한다면 감독이 책임져야 할 것.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일본에 6-8로 석패했다. 일본의 메이저리그급 타선을 상대로 우리 타선이 1회부터 기선을 제압하며 6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운드의 불안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경기의 가장 큰 패인은 호투하던 중간 계투진을 너무 일찍 마운드에서 내린 벤치의 판단이었다. 3-3으로 맞선 3회말 선발 고영표를 구원 등판한 조병현은 홈런 하나를 허용하긴 했으나 4회까지 일본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그는 단 26구만을 던진 채 5회에 교체됐다.
뒤이어 등판한 손주영 역시 위력적인 150km/h 강속구를 앞세워 5회를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지만, 단 18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6회를 삼자범퇴로 장식하며 완벽한 구위를 뽐낸 고우석 또한 단 13구를 던졌을 뿐인데 7회에 박영현으로 교체되었다.
결국 사단은 7회에 일어났다. 잘 던지던 투수들이 내려간 뒤 등판한 박영현과 김영규가 제구 난조를 보이며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5-5의 팽팽한 균형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류지현 감독은 1차전 체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영규가 오타니 쇼헤이 등 좌타 라인을 끊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3실점 역전패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물론 이러한 투수 운영에는 나름의 전략적 배경이 있었다. WBC의 독특한 규정상 1라운드에서 3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다음 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 벤치는 8일 열리는 대만전이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했고, 구위가 좋은 조병현, 손주영, 고우석을 대만전에 다시 투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구 수를 30구 미만으로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은 두 번째 투수 이토 히로미가 좋은 투구를 보이자 그에게 3이닝을 온전히 맡기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잘 던지던 투수들을 아끼려다 잡을 수 있었던 한일전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과연 한일전 승리 가능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대만전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투수 운영이 최선이었는가라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제 모든 시선은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대만전으로 향하게 되었다. 만약 대만전에서 아껴둔 불펜진이 제 역할을 다하며 승리를 거둔다면 이번 조기 교체는 신의 한 수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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