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이 한국을 찾는 진짜 이유
- 한국은 이제 'AI 공급망의 심장'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 역시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한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서버 시장의 핵심은 GPU와 HBM의 결합이다.
GPU가 두뇌라면 HBM은 혈관이다. 혈관이 막히면 두뇌도 작동할 수 없다.
그래서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한 공급처가 아니라 'AI 제국의 핵심 전략기지'인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들어갈 HBM4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양사는 2026년 GTC 행사에서도 엔비디아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이번 방한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역시 HBM4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요구한 차세대 HBM4 성능 기준을 충족하며 양산 경쟁에서 앞서 나갔고, SK하이닉스 역시 최종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품질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메모리는 범용 제품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AI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HBM은 이제 AI 산업의 '원유'가 됐다.
젠슨 황이 삼성과 SK를 잇달아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칩 '루빈(Rubin)' 플랫폼을 위해 막대한 양의 HBM4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그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와 삼성·SK 관계는 단순한 고객과 공급업체가 아니라 사실상 공동운명체"라고 평가한다.
정의선 회장과의 관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 엔비디아는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젠슨 황이 가장 큰 미래 시장으로 꼽는 분야가 바로 '피지컬 AI'다.AI가 컴퓨터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자동차, 공장 설비 안으로 들어가는 시대다.
현대차는 이미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Boston Dynamics 인수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강력한 산업 파트너 중 하나다.
'AI 두뇌'는 엔비디아가 제공하고 'AI 몸체'는 현대차가 만드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형님회동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이해진 GIO다.
네이버는 한국 기업 가운데 드물게 자체 '초거대 AI 모델'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추진하는 '소버린 AI(주권형 AI)' 전략은 미국 빅테크 중심 AI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의 네이버 '1784' 방문 역시 단순한 의전 일정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GPU를 공급하고 네이버가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협력 구조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AI 공장(AI Factory) 구축 프로젝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역시 엔비디아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와 LG CNS는 AI 데이터센터, 스마트팩토리, 로봇 사업에 집중 투자 중이다.
특히 제조업 AI 분야는 엔비디아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이다.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디지털트윈과 공장 자동화 솔루션은 향후 LG의 스마트팩토리 전략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젠슨 황의 한국 방문 패턴이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공식 회의실보다 치킨집, 고깃집, 야구장을 먼저 찾는다. 이는 단순한 친화력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재계 총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실제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이제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동맹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GPU를 만들고, 대만은 첨단 파운드리를 맡고, 한국은 메모리와 제조 기술을 공급한다.
이 삼각축이 현재 AI 산업의 핵심 구조다.
[기자의 눈]
'깐부회동'과 '형님회동'은 단순한 재계 가십이 아니다. 치맥과 삼겹살은 겉으로 드러난 풍경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수천조 원 규모로 성장할 AI 산업의 미래가 놓여 있다.
10년 전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대의 공급망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AI 인프라 시대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서고 있다.
젠슨 황이 한국을 찾는 이유도 결국 하나다.
AI 혁명의 중심에 한국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킨집과 삼겹살집에서 시작된 이 비공식 회동들은 훗날 "AI 산업 동맹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젠슨황이 만들어낸 '한국의 AI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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