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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오케스트라가 소환한 거인과 혈귀... 세종 대극장을 삼킨 120분의 전율

  • 김은현 기자
  • 입력 2026.08.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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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해원 지휘·김수·조세형·밀레니엄심포니·위너오페라합창단, 애니메이션 OST를 교향의 언어로 재해석
  • "한여름 열기보다 뜨겁고, 긴 침묵보다 깊은 음악"... 스크린을 지운 자리, 감정만 남았다
  • 2026년 8월 17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썸머 무비 콘서트 '진격의 거인·귀칼'' 성황

한여름의 일요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애니메이션의 심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스크린도, 자막도 없었다. 불타는 도시와 거인의 실루엣이 담긴 포스터만이 무대를 예고할 뿐이었다. 2026년 8월 17일 오후 4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단장 이재환 한국예총 시흥지회장)이 주최한 '썸머 무비 콘서트 - 오케스트라 콘서트 '진격의 거인·귀칼''이 3천여 관객을 압도적인 사운드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겼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것은 프로그램 북의 첫 문장이었다. "오늘의 공연은 익숙한 장면을 그대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아니라, 그 안에 흐르던 감정과 이야기를 오롯이 음악으로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이날 무대는 OST를 '연주'하지 않았다. '번역'했다. 영상이 걷어낸 자리에 선율은 더욱 또렷해졌고, 관객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캐릭터의 숨결까지 듣게 됐다.

캡처 지휘 박해원.JPG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이 주최한 '썸머 무비 콘서트 - 오케스트라 콘서트 '진격의 거인·귀칼''에서 박해원지휘자등 연주자들이 연주에 앞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슈데일리 사진팀

 

 

-폭발과 침묵, 그 사이의 드라마


지휘봉은 박해원이 잡았다.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대학과 만하임 국립음악대학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하고, 예술의전당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로 한국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날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을 거대한 하나의 서사로 묶어냈다.


보컬은 뮤지컬배우 김수가 맡았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으로 데뷔해 클래식부터 K-pop까지 경계를 허무는 그다. 유튜브 채널 '수프라노 Sooprano'로 애니메이션 OST를 자신만의 색채로 재해석해온 그이기에, 'Akuma no Ko'와 'Call of Silence'는 단순한 주제곡이 아닌 한 인간의 고백으로 바뀌었다.


색소포니스트 조세형의 존재감도 압도적이었다. 상명대와 프랑스 생모 시립음악원을 거친 그는 금관과 목관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의 목소리보다 더 인간적인 음색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위너오페라합창단. 2014년 창단 이래 국립오페라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등과 호흡해온 전문 오페라 합창단의 저력은 '귀칼 : Infinity Castle OST'에서 폭발했다. 점층적으로 쌓이는 화성과 리듬,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듯한 합창의 장엄함은 '무한성'이라는 단어의 음악적 정의였다.


-프로그램이 증명한 감정의 서사

캡처 뮤지컬배우 김수.JPG
뮤지컬 배우 김수가 공연을 위해 무대로 들어오고 있다. 이슈데일리 사진팀

 

 

이날의 셋리스트는 철저히 감정의 기복으로 짜인 드라마였다.


'귀칼 : Kocho Shinobu Theme'가 보여준 우아함 뒤의 강인함, '진격의 거인 : Splinter Wolf'의 반복되는 리듬과 날카로운 악구들이 맞부딪치며 만들어낸 거친 에너지, 'The Other Side of the Sea'가 낮고 어두운 음향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끝에 터뜨리는 거대한 합주까지.


특히 '立body機motion, Bauklötze, ətˈæk 0N tάɪtn'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규칙적인 리듬 위에 날카로운 악센트가 더해지며, 잠자던 거인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듯한 긴장감이 대극장 전체를 지배했다. 이어 'The Reluctant Hero, Akatsuki no Requiem, T-KT'에서는 영웅을 찬양하기보다, 두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자들의 내면의 갈등과 슬픔을 조명했다.


- 결국,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된 음악


프로그램 북의 마지막 문장은 공연이 끝난 뒤에야 이해됐다. "같은 선율을 함께 듣지만 그 울림이 닿는 곳은 모두 다릅니다."

애니메이션 OST를 넘어, 한 세대의 트라우마와 성장담을 교향악으로 증명한 무대. '썸머 무비 콘서트'는 올여름 서울이 경험한 가장 뜨겁고 깊은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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